사진을 찍으면서 대부분의 궁금증이나 사진이론에 대한 갈증은, 인터넷을 통해 해결해왔다. 워낙 내 낮은 눈높이의 질문들이 많고 그에 대한 대답들도 성실한 편이어서 많은 도움이 된건 사실이지만 하지만 뭐랄까 2% 부족한 느낌.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사진학관련 입문서적으로 많이들 추천하는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 강의'를 구해보았다. 물론 3만원이 넘는 가격이라 선뜻 사지는 못하고 근처의 회사 문화센터에서 빌려보았는데, 역시나 2주라는 짧은 대출기간동안 소화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했다.
그간의 인터넷서핑,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지식들은 거의다 책에 설명이 되어있었기에 이 책을 먼저 읽고 한장한장 찍어보았다면 사진에 대한 이해의 폭,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길정도로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었다. (역시 입소문은 정확하다)
요즈음의 트렌드인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언급이 상대적으로 적고(적다기보다는 빈약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필름 현상과 인화과정에 대한 설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아쉬울수도 있겠다. (필름카메라를 위주로 설명하기 때문에, 책의 전반에 필름노출, 필름현상, 필름인화를 고려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필름에 관심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요즈음의 나에게는 다행스런 일이었다. 특히나 흑백현상과 인화를 설명하는 과정을 보면서 당장이라도 흑백필름 한통을 사서 열심히 찍은후에 현상을 해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게다가 필름에 대한 설명은 단지 필름카메라 영역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고 결국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조리개와 셔터, 감도를 통한 심도조절과 적정노출에 대한 복습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읽으면서 카메라 옆에두고 열심히 실습하면서 읽었다.) 특히나 존시스템의 이해는 노출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는 주옥같은 이론이었다. 읽고나니 셔터누르기 전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어떤 부분의 디테일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노출은 어느부분에 맞출 것인가에 대해 (결국 한컷으로 무얼 강조하고 이야기 하려하는가) 좀더 고민하고 찍어야 겠다는 나름의 다짐 같은게 생긴다.
이제 사진학강의 중에서 마지막 사진을 보는 방법과 사진의 역사만 남겨두었는데, 읽으면서 책의 중간중간 소개된 사진들을 다시한번 들춰봐야겠다. 결국 이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카메라와 사진이론들, 테크놀러지의 발전들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좀더 효과적으로 좀더 쉽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구현할 것인가의 고민에서 나온것이 아닐까 한다. 그것은 좀 오래된 주제이긴 하지만 내용이 아닌 형식의 문제이다. 필름과 디지털 카메라의 차이는 궁극적으로는 없으며 기록하는 매체가 아날로그 필름인지, 아니면 CCD인지의 차이에 불과하지 않을까. 디지털의 가벼움도 디카를 손에쥐고 있는 나의 태도 때문이지 디지털 그자체가 가진 성격은 아닐것이다.
결국 표현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그건 뷰파인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내가 결국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기록하려 하는지의 문제이다. 그래서 사진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그래서 아직은 그냥 누를 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