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게 파고드는 찬바람에 놀라, 장농에 넣어두었던 코트를 다시 꺼내입었다. 나의 성급함을 질타하며...
계절은 그리 쉽게 가고, 또 그리 쉽게 오는것은 아닌데
오는 계절에 설레 잊어버렸던 환절기 기억을 채워넣고 있다.
썰렁한 기온탓인지 한겨울 그랬던 것처럼 아랫입술 살짝 물며 현관문을 여는 요 며칠이 다시 익숙해진다.
2월의 어느 주말, 빛이 너무 좋아 오는 봄을 렌즈가득 담으려고 길 나서던 날 찍었는데,
지금 창밖에 날리는 눈을 보니 일러도 너무 일렀던 것 같다.
볕이 그립다. 걷어올린 팔뚝에 떨어지는 따스한 햇살 새기며 셔터를 눌러보고 싶다.
올 겨울이 남기는 이 마지막 자취만 사라지면, 금방 봄이 올 것만 같다.

GX-10, 50-200, f/4.5, 1/320, ISO250

GX-10, 18-55, f/5.6, 1/60, ISO160

GX-10, 50-200, f/5.6, 1/160, ISO200
GX-10, 50-200, f/5.6, 1/125, ISO250
GX-10, 50-200, f/5.6, 1/160, ISO160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