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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시린콧날 2007. 2. 1. 11:50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오영욱 (예담,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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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바르셀로나 뒷골목을 찍은 사진이 맘에 들어 카메라로 찍었다. 언젠가 이런거리 걸으며 셔터를 눌러보고 싶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를 다 읽었다. 조금더 빨리 읽어낼 수 있었는데, 천천히 조금더 시선을 던지며 읽고싶어 책 덮기를 미뤘다. 바르셀로나에대한 실제적인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있으면 무엇하랴) 바르셀로나의 어느 카페에 앉아 커피한잔 하고싶은 강렬한 욕망만은 제대로 열어주었다.

바르셀로나라는 곳에서 '느림'을 즐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렸을 저자가 많이도 부러웠다. 하지만, 책에서 언뜻 비치는 떠나있는 자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 고독이 남의 일 같지 않아 공감하게 되더라.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고픈 일러스트도 많고, 언뜻언뜻 던지는 구절들이 인상깊은 아포리즘으로 남기도 하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부분을 옮겨본다. 정말 떠남으로 용서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의 미움과 증오를 덜어낼 수 있을까. 이제 그만 채우고, 비우는 여행 떠나고 싶다.


가슴속에 증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내 방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는 무선 인터넷망 전자파의 덕으로
간혹 들여다보는
한국 인터넷 뉴스의 댓글들에 맺힌 미움과 증오에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

교만과 아집과 미움과 시기 없이
나이를 먹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예전 내 여자 친구와 같이 나 몰래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왔던 선배나
능글맞은 표정으로 태연히 내게 돈뭉치를 요구했던 한 공무원이나
나에게 싸구려 냉동 생선을 횟감으로 팔았던 사기꾼 장사치 같은
세상의 모든 불쌍한 영혼들을 용서한다.
그리고 그것 못지않게 많을,
내가 저질러 왔던 잘못들에 용서를 구한다.

떠남은 진정한 용서와 함께 완결된다.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