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지극히 방관자적인 시선

시린콧날 2007. 1. 8. 14:15
1.
현대차노조에 대한 갑론을박을 읽고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조의 지나친 '내밥그릇 집착'일 수도 있고, 경영진의 약속위반이 문제일수도 있다. 나는 진실은 모른다, 일종의 판단유보다. 그리고 블로그로 끄적이는 많은 사람들도 대부분은 모른다. 언제나 기사나, 문건을 통해 사건을 접하는 경우 그것은 이미 2차적인 사실이며, 그건 관찰자에 의해 해석된 사실이다. 그들이 명백하고, 객관적인 시각이라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다. 하물며 대부분은 2차적인 사실에 대한 판단결과 일 수 밖에 없는 블로그의 글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혼란스럽다. 아쉬운건, 절실하고 절박한 것은 현대차의 노와 사일텐데, 그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것을 포기한 자들 같다. 현대차문제가 이리도 시끄러운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외부에 기대어 기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더이상 외부원인에 기대 손벌리지 말고, 알아서들 해결했으면 좋겠다.

2.
날이 춥다. 얼마전까지 겨울이 겨울답지 않음을 한탄하던 내 입방정이 원망스럽다.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버스에 올라탈때까지 경험한 칼바람에 마음까지 얼어버렸다. 완벽한 난방이 되야할 사무실도 서늘하다. 발이 너무 시려워 슬리퍼를 제껴두고 구두를 신고있으니, 이 겨울에 언손을 녹이며 일하고 있을 이들에 비해 난 그래도 호강한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언제나 상대적인 판단결과물이다. 예전에 들은 강의에서 홍대 김종석교수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행복이 꼭 우리가 느끼는 행복과 같지 않다고 했는데, 물론 기본적인 절대빈곤이 해결되야하는 건 맞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면 갖게되는 행복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행복과는 '너무도 큰' 거리가 있다. 그래서 난 성장주의자들이 싫다.

3.
점심때 낮잠을 포기하고 읽던 '우리는 몰바니아로 간다'를 마저 읽었다. 보면서 거짓말도 이렇게 시치미 뚝때고 대하드라마식으로 하면 예술이 되는구나라고 감탄한다. 수많은 지명들, 익살스러운 묘사들, 캡션만 봐도 웃음이 나는 사진들은 뻥이 아니라 예술의 경지다. 다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 거짓말하"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쿨하다. 구리고, 불쾌함을 주는건 "거짓말을 진짜라고 말하면서 거짓말하"는 부류들이다. 문제는 그런 부류가 우리 사회에는 너무 많다.

4.
넬의 '힐링프로세스'를 듣는다. 노래로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그들의 포부처럼 듣고있으면 나의 아픈곳까지 불러제끼고 있다는 묘한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없던 아픔도 끄집어내어 위로받고 싶다는 느낌이랄까. '마음을 잃다'를 들으면서 든 생각인데, 멜로디가 참 아름답다. 이들을 알게된건 참 오래되었고, 때로는 보컬의 연약함이 싫기도 했었지만 (흐느낌이 싫었던걸까) 점점 들을 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추운날, 녹초가 된 퇴근길에 가장 잘 어울린다. 조만간 리뷰를 해볼 생각.

5.
가끔 글을 쓰기위해 블로그의 편집창을 열면 부담감에 손가락이 굳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편하게 끄적이는 이런 글이 가볍고 좋다. 다소 방관자적이고, 지극히 지나가는 관찰자적인 시선이라 거북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내블로그 다운' 글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