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블로그란…
쓰고싶다는 마음이 들 때 블로그를 클릭해 적어내려가기 시작한다. 뭐 딱히 쓸말도 없으면서 블로그의 쓰기창을 열면 무언가 나에게 말을 걸 것 같고, 어떤 말이든 쓸 수 있을 것 같은 맘이 든다. 타인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도 싶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싶을때도 있다. 뉴스의 전달자가 되어 남보다 먼저 이슈를 선점하고 싶은 충동이 때론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몇자를 끄적여놓고 다른 사람의 클릭에 무척이나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유없이 리퍼러 로그를 뒤져보고, 방문자수를 쉴새없이 세어보는 것도 그 즈음이다.
그건 어찌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들리는 목소리를 내고, 나의 글이 나의 이야기가 나 혼자만 떠들고 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잠깐의 관심이 될 수도 있겠다는 위안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는 어쩌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체념해버린 소통할 수 있는 관계, 인간 관계성의 회복에 대한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성의있게 태그를 달고, 반응을 예측하면서 쓰는 글들은 거의 그런 셈이다. 내가 아는 것, 유의미하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 공간에 다 풀어놓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에게 블로그란, 여전히 가상의 세계 일 수 밖에 없는 블로그란 결국 개인적인 어떤 것이다. 1인 미디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블로그라지만 난 미디어로서 내 블로그를 규정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블로그를 열고, 끄적이고 있는 일차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쓰고싶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쓴다는 것은 삶에 대한 관심이고, 아무런 생각 없이도 몇 달은 살아갈 수 있는 내 삶에서 사색하고, 고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블로그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관심이, 그들의 클릭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반문해보면 쉽게 답을 하지 못하겠다. 리퍼러 로그에 보이는 검색어들은 내가 그렇듯이 검색엔진에서 빠른 결과를 얻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그냥 스쳐지나가는 (게다가 클릭한 뒤에 무척이나 후회할지 모르는) 흔적일 뿐이다. 타인의 블로그에서 보이는 구글 애드센스가 씁쓸한 까닭도 블로그만은 온전히 개인적이고 사람냄새나는 공간이었으면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걸어다니면서, 일하면서, 버스를 타면서, 티비를 보면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광고를 블로그에서만은 보고 싶지는 않다. 가끔 느끼게 되는, 또 요즘들어 그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몇몇 옐로저널리즘적인 포스팅이 싫은 까닭도 그 때문이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블로그였으면 한다. 적어도 마지막까지 그런 공간으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클릭한 글로 타인의 삶을 엿보고 내 자신을 반성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글들을 정말 오랫동안 마주하고 싶다. 내 블로그에 링크되어있는 분들은 다 그런 분들이다.
한주간 힘든 일을 끝내고, 반주 한잔 걸치고 집에 들어와 컴퓨터를 켠다. 약간 알딸딸 느낌에 잠은 안오고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잠들지 못할 때 찾아와 끄적거리는 공간이 블로그였으면 한다. 누군가 나의 글을 통해서 공감하고, 이 글을 클릭하게 되었음에 기분좋아질 수 있으면 그걸로 난 행복하다. 그것이면 됐지 무얼 더 바라겠는가?
이 팍팍한 사회에서, 진지한 소통을 꿈꿀 수 있다면, '너'를 좀더 이해할 수 있다면, 그 공감이 이뤄지는 장소가 블로그가 된다면 멋진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