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창고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나를 흔드는 아일랜드
시린콧날
2006. 12. 12. 00:19
간만에 가슴이 묵직해지는 영화를 만났다. 치열하게 나에게 발언하는 영화, 참 오랜만이다. 좀처럼 힘겨운 영화에 손을 내밀지 않는 나에게, 선물처럼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왔다. 대학시절 "랜드 앤 프리덤"을 보면서 느꼈던 묵직함을 켄 로치가 다시 나에게 던져주었다.
노장의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것일까. 물론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영국 출신인 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생하게 아일랜드를 그려낸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의 카메라는 참 아름답다. 이전의 영화보다 짙은 '영상미'가 느껴지는 화면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아일랜드가 이런 곳이었던가? 엔야의 음악을 뿌려놓은 것 같은 깨끗함.
그렇게 아름다워서인지 영화속 그들의 삶은 참 힘겹고, 아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도) 자꾸만 비춰지는 우리의 역사에 한숨쉬면서 두시간동안 치열하게 영화를 봤다. 한번도 가본적없었던 아일랜드가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귀기울면서.
영화는 거칠게 얘기하면 두차례의 대결구도로 나뉠수있다. 영국對 아일랜드, 그리고 자유파對 공화파. 데미언은 그 중심에서 아일랜드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최후에는 타협에 반대하는 공화파에 맞서 싸우다 결국 붙잡혀 자유파에게 총살당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한마디가 있다. 난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무거운 이야기였던 셈이다. 동료를 배신했기에, 결국 아일랜드를 배신한, 어쩌면 죽어 마땅하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크리스. 그를 그 아름다운 아일랜드 언덕에서 쏘면서 독백처럼 내뱉은 데미언의 말이다.
"I hope this Ireland we're fighting for is worth it"
켄 로치가 나에게 던진 화두는 이것이었다. "그들이 싸운 아일랜드가 정말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것인가" 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바쳐진 데미언의 삶은 과연 의미있는 것이었을까.데미언이 삶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시네이드를 버리고,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그 아일랜드가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것인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지고 그토록 힘겹게 살아야 했던 것일까.
떠나지 않는 의문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아름다운 아일랜드에서 말이다.
영국의 제국주의적인 침탈에 두손들고 일어나 저항한 것이,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사회주의적인 가치가, 그들이 나고자란 아일랜드를 손수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열정이 헛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한 삶,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던지고 냉혹한 현실속에 휩쓸려야했던 그들의 삶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자신이 쏴야했던 크리스처럼 처참하게 총살당한 데미언. 그 사형을 집행해야만 했던 테디. 죽은 데미언 곁에서 결국 오열하고 마는 테디를 보면서, 가슴한 구석이 무거워졌다.
원했던 원치않았던 어쩌면 "이렇게 살수밖에 없었던, 살지 않을 수 없었던, 살아내야했던" 그들 모두는 역사의 피해자이다. 그리고 단언하건데 그들이 싸웠던 아일랜드가, 역사가, 민족이, 그들 각자의 삶의 무게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금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가치없는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삶이 이렇게 우리와 닮아 있을까. 켄 로치가 얘기하는 아일랜드의 역사적 현실은, 박제된 옛날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일랜드 뿐만아니라, 그 당시를 살았던 그리고 그 이후를 살고있는 지금 우리에게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1920년대 무기력한 소총에 픽픽 쓰러져가는 허망한 죽음이 그렇게도 가슴을 울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데미언이 새벽녘에 닥쳐올 죽음을 기다리며 시네이드에게 남긴 편지, 그걸 다시 찬찬히 읽어보며 좀더 생각해보고 싶다. 그의 삶은 무엇이었는지를, 그에게 아일랜드는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노장의 시선이 부드러워지는 것일까. 물론 이야기는 쉽지 않았다. 영국 출신인 그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생하게 아일랜드를 그려낸다는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그의 카메라는 참 아름답다. 이전의 영화보다 짙은 '영상미'가 느껴지는 화면이 눈을 시원하게 만든다. 아일랜드가 이런 곳이었던가? 엔야의 음악을 뿌려놓은 것 같은 깨끗함.


그렇게 아름다워서인지 영화속 그들의 삶은 참 힘겹고, 아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러지 말자고 다짐해도) 자꾸만 비춰지는 우리의 역사에 한숨쉬면서 두시간동안 치열하게 영화를 봤다. 한번도 가본적없었던 아일랜드가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귀기울면서.
영화는 거칠게 얘기하면 두차례의 대결구도로 나뉠수있다. 영국對 아일랜드, 그리고 자유파對 공화파. 데미언은 그 중심에서 아일랜드편에 서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최후에는 타협에 반대하는 공화파에 맞서 싸우다 결국 붙잡혀 자유파에게 총살당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한마디가 있다. 난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무거운 이야기였던 셈이다. 동료를 배신했기에, 결국 아일랜드를 배신한, 어쩌면 죽어 마땅하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크리스. 그를 그 아름다운 아일랜드 언덕에서 쏘면서 독백처럼 내뱉은 데미언의 말이다.

"I hope this Ireland we're fighting for is worth it"
켄 로치가 나에게 던진 화두는 이것이었다. "그들이 싸운 아일랜드가 정말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것인가" 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위해 바쳐진 데미언의 삶은 과연 의미있는 것이었을까.데미언이 삶을 포기하고, 사랑하는 시네이드를 버리고,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그 아일랜드가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던 것인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자신의 삶을 던지고 그토록 힘겹게 살아야 했던 것일까.
떠나지 않는 의문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아름다운 아일랜드에서 말이다.

영국의 제국주의적인 침탈에 두손들고 일어나 저항한 것이,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사회주의적인 가치가, 그들이 나고자란 아일랜드를 손수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열정이 헛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한 삶, 삶의 가치를 송두리째 던지고 냉혹한 현실속에 휩쓸려야했던 그들의 삶이 너무도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자신이 쏴야했던 크리스처럼 처참하게 총살당한 데미언. 그 사형을 집행해야만 했던 테디. 죽은 데미언 곁에서 결국 오열하고 마는 테디를 보면서, 가슴한 구석이 무거워졌다.
원했던 원치않았던 어쩌면 "이렇게 살수밖에 없었던, 살지 않을 수 없었던, 살아내야했던" 그들 모두는 역사의 피해자이다. 그리고 단언하건데 그들이 싸웠던 아일랜드가, 역사가, 민족이, 그들 각자의 삶의 무게에는 미치지 못한다. (지금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가치없는 삶을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나라를 그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삶이 이렇게 우리와 닮아 있을까. 켄 로치가 얘기하는 아일랜드의 역사적 현실은, 박제된 옛날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일랜드 뿐만아니라, 그 당시를 살았던 그리고 그 이후를 살고있는 지금 우리에게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1920년대 무기력한 소총에 픽픽 쓰러져가는 허망한 죽음이 그렇게도 가슴을 울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데미언이 새벽녘에 닥쳐올 죽음을 기다리며 시네이드에게 남긴 편지, 그걸 다시 찬찬히 읽어보며 좀더 생각해보고 싶다. 그의 삶은 무엇이었는지를, 그에게 아일랜드는 무엇이었는지를 말이다.
Dear Sinead
시네이드에게
I tried not to get into this war And did
난 이 전쟁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지만, 그렇게 되버렸어.
And now try to get out and can't
그리고 지금은 빠져나오려 하지만 그럴수가 없어.
Strange creatures we are, even to ourselves
우린 참 이상한 존재야, 우리 자신에게 마져도
I treasure every bit of you, body and soul, in these last few moments
이 마지막 순간까지 난 네 몸과 네 마음을, 네 모든것을 소중히 여길꺼야.
You once said you wanted your children to taste freedom
I pray for that day, too, Sinead
언젠가 네 아이들에게 자유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지.
나 역시 그날을 기도했어, 시네이드
But I fear it will be longer than either of us have imagined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것보다 오래 걸릴것 같아 두려워
Dan once told me something I've struggled with all this time
댄이 언젠가 나에게 한 '내가 언제나 싸워왔던' 말이 있었어
He said,
그는 이렇게 말했어
'It's easy to know what you're against, quite another to know what you are for'
네가 무엇에 대해 싸우는지 알기는 쉽지만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기는 어렵다
I think now, I know, and it gives me strength
난 지금 생각해, 그리고 알것 같아, 그게 나에게 힘을 줘
Hup Hup
In time, look after Teddy
이제, 테디를 보살펴줘
I'm afraid, inside, he's already dead
내 안에서 그는 이미 죽은 것 같아 두려워
As the clock ticks on, I imagine your heartbeat under my hand
시계가 째깍거릴때마다 네 심장이 내 손아래에서 뛰는 것 같아
I hold the medal you hung around my neck and I tremble inside
네가 내 목에 걸어주었던 메달을 손에 쥐고있는데 떨려와
It will give you courage, too
그것 역시 나에게 용기를 줄거야.
Goodbye, Sinead
안녕, 시네이드
I love you now, and always will
널 사랑해, 항상 사랑할게.
시네이드에게
I tried not to get into this war And did
난 이 전쟁에 말려들지 않으려 했지만, 그렇게 되버렸어.
And now try to get out and can't
그리고 지금은 빠져나오려 하지만 그럴수가 없어.
Strange creatures we are, even to ourselves
우린 참 이상한 존재야, 우리 자신에게 마져도
I treasure every bit of you, body and soul, in these last few moments
이 마지막 순간까지 난 네 몸과 네 마음을, 네 모든것을 소중히 여길꺼야.
You once said you wanted your children to taste freedom
I pray for that day, too, Sinead
언젠가 네 아이들에게 자유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지.
나 역시 그날을 기도했어, 시네이드
But I fear it will be longer than either of us have imagined
하지만 우리가 생각했던것보다 오래 걸릴것 같아 두려워
Dan once told me something I've struggled with all this time
댄이 언젠가 나에게 한 '내가 언제나 싸워왔던' 말이 있었어
He said,
그는 이렇게 말했어
'It's easy to know what you're against, quite another to know what you are for'
네가 무엇에 대해 싸우는지 알기는 쉽지만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알기는 어렵다
I think now, I know, and it gives me strength
난 지금 생각해, 그리고 알것 같아, 그게 나에게 힘을 줘
Hup Hup
In time, look after Teddy
이제, 테디를 보살펴줘
I'm afraid, inside, he's already dead
내 안에서 그는 이미 죽은 것 같아 두려워
As the clock ticks on, I imagine your heartbeat under my hand
시계가 째깍거릴때마다 네 심장이 내 손아래에서 뛰는 것 같아
I hold the medal you hung around my neck and I tremble inside
네가 내 목에 걸어주었던 메달을 손에 쥐고있는데 떨려와
It will give you courage, too
그것 역시 나에게 용기를 줄거야.
Goodbye, Sinead
안녕, 시네이드
I love you now, and always will
널 사랑해, 항상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