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버스안에서 계절을 만나다

시린콧날 2006. 10. 15. 01:03

비오던날,1002번버스창문


늦은 시간에 학교를 나섰다...
저녁 먹는 것도 썩내키지 않아 약간은 허기진 채로 걸어나왔다...
해가 짧아져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 머물러 있으면 이내 어두워진다...
어둑해진 길을 나서는건 포근함을 준다...
도서관 불빛아래서 짧은 시간 책을 읽었는데 눈이 시렸다...
어색하게 느껴지는 찬바람 맞으며 시린 눈을 껌벅껌벅...
눈을 감는 것도 뒷목이 땡기는 것처럼 힘겨웠다...
차가워진 바람에 계절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렇게 가을이 가고 있는거구나...
정말 '가을'일까 생각한 적도 없는데...
또 그렇게 계절은 가나보다...
가방 끈속에 양 손을 끼워넣고 몸을 움추린다...바람이 매섭다...

계절의 변화는 버스에서도 느낄수 있었다...
집으로 오는 1002번 좌석 버스에 털석 몸을 맡기고 눈을 감는데...
오랜만에 다리를 감싸고 도는 따스한 공기...
벌써 버스 안에는 스팀의 열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놀라움과...떠나는 가을에 대한 서글픔...
스팀 때문인지 창밖이 더 추워보였다...
호호 입김을 불면 창 한가득 성에가 낄것 같은...
마포대교위에서 보는 한강이 얼어버릴것만 같았다...

계절에 적응하고 싶다...
매번 떠나버린 계절을 아쉬워하고 앞으로 다가올 계절에 설레지 않도록...
익숙한 구두처럼 단단히 적응된 그런 계절...
이제 겨울이 오면 난 또 무얼 준비해야 하나...

계절은 먼저 버스안으로 온다...


2001.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