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창고

빈공간 (20100122)

시린콧날 2010. 1. 22. 13:17


16층 빌딩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분주히 전화를 하고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볼때면 마음 한구석 갑갑해질 때가 있다. 익숙해졌다 생각해도 좀처럼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풍경.

가끔 14층을 간다. 텅비어있어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바글대는 서울 한복판, 바글대는 고층빌딩. 피곤하고 지겨운 풍경. 14층 비어있는 공간을 보면 그나마 맘이 편해진다. 처음 봤을때 긴 시간 내륙의 기차를 타고 내려서 바라보는 동해바다의 시원함을 아주 잠깐 느꼈다.

오전 햇빛이 아름답다. 영화 빅이었나.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텅빈 아파트에서 천진하게 뛰어노는 장면이 생각난다.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때에서 보였던 통유리창의 뉴욕 아파트도 생각난다. 한번도 만져본적 없는 그 고즈넉함. 언제쯤 와줄까. 

눈 앞에 쫙 갈라지듯 텅빈 공간, 처음엔 압도당했지만, 이내 친근해졌다. 열려있고 비어있는 탓이다. 딱 뒹굴기 좋은 곳이다. 햇빛을 맞기에도 좋고. 바닥에 누워 쇄도하는 햇빛을 맞고 싶다. 돌아서는데 문득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