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비 갠 후, Kari

시린콧날 2009. 3. 26. 18:26




비가 그쳤다. 한 세 시 무렵부터 날이 개기 시작하더니, 해질녘 지금은 꼭 아침같은 깨끗함이 느껴진다.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잠깐 머리를 식히려 음악을 고른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이런 짧은 여유가 참 고맙다. 당연히 날 달래줄 음악 하나 골라야 하지 않을까. 한쪽 이어폰을 귀에 꼽은 채로 비 갠 후 봄날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 뭘까 고민하다가 얼 클루를 떠올렸다. 무조건 맑고, 깨끗한 곡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찾은게 얼 클루였고, 기왕 얼 클루라면 밥 제임스와 함께한 곡이 좋겠지.




밥 제임스(Bob James)의 음악을 얼 클루(Earl Klugh)를 통해서 알게됐는지 아님 얼 클루의 음악을 밥 제임스를 통해서 알게됐는지. 그것도 아니면 밥 제임스 & 얼 클루를 통해서 둘다 알게 됐는지. 잘 기억나진 않는다. 아마 그들의 협연작을 통해서 알게됐을 가능성이 제일 크다. (92년작 Cool이 아닐까 싶다) 여튼, 분명한 건 참 예쁜 음악을 만들었다는거. 특히나 퉁퉁 튕기는 기타소리는 들으면 마음마저 맑게 만든다. 가벼운 터치로 뒤를 밀어주고 있는 밥 제임스의 건반은 기타와 타이밍을 달리하면서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조지 벤슨과 함께한 Collaboration 앨범도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예전에 선물용 컴필레이션 시디를 만들면 한곡 꼭 들어갔던 앨범이다), 그래도 얼 클루와 가장 멋진 궁합을 보여줬던 연주자는 밥 제임스라는데 이견은 없을듯 하다. 오늘 뽑아든 Kari가 수록된 'One On One' 앨범도 그렇고, 나를 그들로 인도해준 92년도 'Cool' 앨범도 그렇고. 한때는 이런 선율이 좋아서 쳇 앳킨스부터 듣곤 했었는데 요즘은 소원했던 것 같다. (아마도. 기분 탓이겠죠.)

봄이다. 비 갠 후, 추레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던 것들이 쓸려나간 빈 자취는 언제나 설레게 한다. 기타와 건반의 멋진 앙상블을 귀로 들으며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할거다.


덧) 노래 오랜만에 올리는데, 저작권 심사중이라는 메시지가 은근 두근거리게 만든다. 제발...이런 맘이 되는군. 안 걸리는 곡을 올려야 하는데, 차라리 김서방 찾는게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