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스무살, 너에게
시린콧날
2009. 2. 2. 13:32
이장혁. 그의 1집의 두번째 트랙 '스무살'. 같이 들었던 이 노래를 다시 들려주고 싶어. 어쩌면 난 이 노래를 들려줄 자격은 되지 않을지도 몰라. 노래는 좋았지만, 쉽게 들려주기 망설였던 이유가 그 때문일까. 이장혁이 토로하듯, 난 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어버린, 그래서 이미 날개를 접은 그 형일지 모르니 말이야. 그래도 들려주고 싶었어. 넌 아직 고개를 흔들며 형들이 한때 찾으려했던 것을 찾아 낯선 길에 있으니까.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 가사를 차분히 되새겨보면 뭔가 '뭉클'하게 만져지는 게 있을거야. 그 떨림이 이십대의 네가 아픈 이유가 아닐까.
이미 스며들어버린 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뭉클'했던 이유는 이 부분 때문이었어. "밖으로 밖으로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로 안으로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그래. 서른살은, 아니 살아간다는 건 안으로 터지는 울음을 삼키고 밖으로 아무렇지 않은듯 지내는 것일거야. 곪을 듯한 답답함을 참아내는 것, 그 고통스런 과정을 우린 너무 쉽게 나이들었다고 하고, 철이 들었다고 말하지. 당연한 것인 양. 그래야 하는 것인 양. 안으로 터지는 울음을 보이는 건 패배한 것이고, 이겨내지 못한 것이 되어버려.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서는 것은 스무살의 치기, 세상 모르는 놈의 객기로 칠해지지. 흐릿하지만, 나의 스무살도 안으로는 그렇게 울고 있었던 것 같다. 밖으로 참아내고 있는 것처럼 웃었지만, 그렇게 참다가 결국은 아니라던 곳으로 점점 스며들었던 것 같다.
이 노래 너무 날카롭지. 이 노래가 말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차가운지. 왜 언제나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나 내가 그린 동심원 밖으로 나가버리고 스무살은 그렇게 혼자 남겨지는 것일까. 나도 답은 없어. 다만, 이 노래를 듣고있을 너에게 이 노래가 공감을 주었으면 해. 익숙한 길과 낯선 길의 갈림에 서있다면, 네 울음의 호소를 좀더 들어주었으면 좋겠어. 나는 너무 쉽게 결론 내렸던 걸까. 어쩌면 너 또한 아니라던 곳으로 스며들지 모르고, 밖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는 법을 배워갈수도 있겠지. 안으론 울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비참해 하진 말았으면 해.
말이 길어졌다. 그저 노래 한곡 소개해주고 싶었을 뿐이야. 노래 가사를 읽었을때부터 들려주고 싶었거든. 얼마남지 않았구나. 잊지 않을게. 힘내렴.
내가 알던 형들은 하나둘 날개를 접고아니라던 곳으로 조금씩 스며들었지난 아직 고갤 흔들며 형들이 찾으려했던그 무언가를 찾아 낯선 길로 나섰어이해할 수 없었던 세상의 수상한 질서하지만 난 상관없는 듯…
너는 말이 없었고, 나는 취해있었어우리에겐 그런 게 익숙했던 것처럼귀찮은 숙제같은 그런 나를 보면서더 이상 어떤 말도 넌 하기 싫었겠지내가 말한 모든 건 내 속의 알콜처럼널 어지럽게 만들고…
밖으로 밖으로 너는 나가버리고 안으로 안으로 나는 혼자 남겨져밖으로 밖으로 널 잡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나는 취해만 갔어
어둡고 축축한 그 방 그녀는 옷을 벗었고차가운 달빛 아래 그녀는 하얗게 빛났어나는 그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고창밖이 밝아 왔을 때 난 모든 걸 알았지그녀가 예뻤냐고 그녀의 이름이 뭐냐고가끔 넌 내게 묻지만…
밖으로 밖으로 사람들이 지나고 안으로 안으로 그녀는 잠들어있어밖으로 밖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안으로 안으로 우린 벌거벗었어밖으로 밖으로 눈부신 태양이 뜨고 안으로 안으로 날 비추던 햇살밖으론 밖으론 난 아무렇지 않은 듯 안으론 안으론 하지만 난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나는 울고 있었어…
이장혁 - 스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