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창고
어떤 음모론 (20090109)
시린콧날
2009. 1. 9. 09:57
그냥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분노한다.
화폐전쟁을 읽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버스에서 책을 펴고 읽는데, 주요 내용은 중동과 석유문제였다. 요약하면 금본위제가 폐지됨에 따라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석유가격을 폭등시켰다는 얘기. 시장에서 석유결제는 달러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석유가격 폭등은 달러수요를 늘리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달러가치 상승을 이룰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조작으로 (누군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 그들은 막대한 부를 누리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금은 유한하기 때문에 금에 연동되는 금본위제로는 화폐 유동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없어 '그들'은 이를 폐기하게 되었는데, 이에 따라 자연히 금 가치 대비 달러가치가 폭락하게 되어 이를 막는 방도로 석유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달러의 석유본위제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동위기는 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반복된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70년대 중동전쟁, 그리고 80년대 아프간위기, 90년대 걸프전쟁. 2000년대 이라크전쟁. 이른바 '오일달러'를 흡수하기 위해 행해진 미국의 더러운 중동작전들이다.
여기까지 읽으며 무척이나 답답해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100이면 99.99는 반대할 가자지구 폭격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 로켓공격이 시작됐다고 외신을 통해 들었을때 처음 든 생각은 '또 뭐야, 갑자기'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래서 뜬금없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시점에 시작된 가자지구 폭격.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라고는 하지만, 전면전쟁을 선포할 만큼 이스라엘에 전쟁명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내재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왜 그랬을까. 아무래도 궁금하다. 이 책의 저자가 작금의 이스라엘 '악랄함'에 대해 쓴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공격이 있기전 금융위기와 그로인한 경기위축으로 석유가격은 폭락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작년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그래서 골드만삭스는 200달러를 넘을거라고 예측하던(아마 그 즈음 상품투자로 돈 많이 벌었을거다. 나쁜 놈들) 초강세 석유가격은 불과 몇개월만에 3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스라엘의 폭격은 정확히 그 무렵 시작되었다. 그후 유럽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의장성명채택은 '당연히'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중동 정세불안으로 인해 석유가격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전과 같은 폭등세는 아니지만, 40달러를 넘어섰고, 오펙은 추가적인 감산을 실행하겠다고 결정했다.
뭐, 그렇다는 거다. 다 우연이고, 헛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무섭고 서늘하다. 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그들'의 지속가능한 이익을 위해 언제나 절대다수는 무고한 피를 흘리고 있고, 언제나 피땀흘려 모은 재산을 약탈 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