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나지막한 희망의 목소리, Tracy Chapman의 Our Bright Future

시린콧날 2008. 11. 17. 10:35






3년만에 발매된 트레이시 채프먼의 새앨범 Our Bright Future. 첫 트랙인 Sing for You를 들으면서 찾아드는 옅은 희망의 냄새. 나긋하게 읖조리는 너와 나와의 관계에 대한 긍정의 기억이 눈길을 끈다. "Simple tune that you can hum along too, I remember there was a time When I used to sing for you"  당신이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단순한 선율. 당신을 위해 노래 부르던 그때를 기억한다는 트레이시 채프먼의 목소리. Forget the chorus, you’re the bridge The words and music to everyday I’ve lived" 코러스는 잊어라.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 당신은 노랫말과 음악 사이의 다리였으니.  팍팍한 시절에 새음반을 내는 그녀가 어디선가 그녀 목소리를 듣는 우리에게 해주는 짧은 위안인 것만 같아서 뭉클해진다.

앨범 타이틀이기도 한 Our Bright Future에서 그녀는 이렇게 노래한다. "Led on led on To take the path Where our bright future Is in our past" 밝은 미래는 과거에 있으니 그 길을 택하라고 이끌려왔던 우리들. 순수하고 무결하게 태어났으나 영광의 꿈, 그 허망한 역사에 서기 위해 피흘려야했던 우리들. 이제 그 길을 치워버리라고, 그렇게 이끌어가라고. 우리의 밝은 미래가 나아갈 수 있도록. "Lead on Lead on. Clear the path. So our bright future May come to pass" 거친 혁명을 말하는 것은 아닐거다. 그 냄새를 맡기에는 그녀 목소리는 너무 잔잔하다. 어쩌면 조용한 변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 느슨한 연대에 더 가까울 거다. 힘 잔뜩 들어간 호소가 아니라서 더 와닿는다.

요즘 같은 시절, 음악을 듣는다는 건. 특히나 그녀의 조용히 튕기는 기타와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는건, 깊은 위안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Our Bright Future라는 앨범 타이틀조차 고맙고, 기쁘다. 그녀가 부여잡고 놓치지 않고 있는 희망과 휴머니즘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하지만, 올해 11월에 나온 이 앨범에서 느껴지는 그 감정은 다른 어느때보다 각별한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비오는 날 듣기 좋은 커피샵 음악이라고, 여전히 포근하고, 멜로딕한 포크라고 말한다. 사랑스럽고, 편안한 음악인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런 편안함 속에서 느껴지는 비판의 결, 그리고 희망의 메시지는 생생하다. 세월이 얹혀있는 무거운 목소리. 그리고 느껴지는 깊은 여운. 주변의 삶에 대해 조용히 돌아볼 수 있는 차분함은 내려놓을 수 없다. 듣고나면 맘 한구석 단단한 뭔가가 만져진다. 세찬 겨울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단단한 땅바닥에 한발 내딛는 것이 힘겨운 많은 사람들. 금방 잦아들 희망의 목소리라도 부여잡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조해서 따뜻한' 그녀의 밝은 미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