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창고

Hello, Stranger!

시린콧날 2008. 11. 4. 01:49






고백하자면, 사실 이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다. 셀수도없이 쌓여가는 영화파일. 피시 한구석에 언제 챙겨놓았는지도 모르는 '클로저'라는 이름을 클릭했던건 아마 잠 안오는 늦은 밤이었을거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되자 마자 흘러나오던 노래 하나가 내 심장을 멎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통해 알게된 목소리 Damien Rice. 그리고 그의 노래 The Blower's Daughter. 노래가 너무 좋아 영화를 다보기도 전에 첫장면을 다시 보았었다. 귀를 사로잡은 이 영화의 시작은 결국 눈과 마음까지 흔들어놓았다.
 
Damien Rice의 목소리만 들으면, 특히나 그의 앨범 O를 들으면 여지없이 떠오르는 '클로저'의 오프닝 시퀀스. 전처럼 영화를 열심히, 치열하게 보지 않는 요즘. 뭐랄까, 인상적인 시퀀스로 영화의 느낌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나름대로의 영화일기랄까. 때론 그 한 장면이 영화이고 그렇게 기억되기도 하니까. 고이고이 모셔놓은 클로저 릴파일을 잘라내 올리다보니 플레이를 멈추기 힘들었다.

천천히 횡단보도를 걷는 댄.(주드로) 그리고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앨리스 혹은 제인(나탈리 포트만). 마주보며 다가서는 그들. 서로의 시선이 부드럽게 멈출거라 믿고 싶을 만큼 아늑한 장면. 그런데 그들은 서로 응시하며 지나치지 못하고 파열음을 내며 부딪힌다. 영화내내 그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처럼. 화면을 가득채운 댄의 부드러운 표정이 순간 놀라 일그러지는 찰나. 댄은 앨리스쪽으로 달려들고, 카메라는 위에서 누워있는 앨리스를 비춘다. 팽팽한 긴장감. I can't take my eye off you. 안타까움이 스쳐간다. 댄은 앨리스를 흔들고 앨리스는 작은 미동으로 얼굴을 돌린다. 그리고 터지는 한마디. Hello, Stranger...

영화의 시작. 낯설었던 그들, 우연처럼 만나는 그들. 서로 사랑을 하게된다. 댄과 앨리스, 래리, 안나가 만들어가는 관계. 이해하려하지만 이해할 수 없고, 솔직하려 하지만 진실을 숨길 수 밖에 없는 관계. 몇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처럼 그들은 그래서 마음을 열어 다가설 수 없다. Closer...가까워지려하지만 다가갈수 없어 다시 Stranger가 되어버리는 그들은, 돌아서면 타인이 되는 우리들의 관계를 닮아있다. 애처롭고, 씁쓸하다. 영화의 처음. Hello, Stranger...라는 앨리스의 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대감은 지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는 혼자이고, 고독할 수 밖에 없으니. 

그래서일거다. 이 장면이 그리도 스산하고, 불안한 이유가. 비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불안함을 모른채 하며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낯선 존재에게 다시 손 흔든다는 점. 댄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앨리스처럼 밝은 미소로 Hello, Stranger라고 말하면서...그게 인간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