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창고
바다 생각 (20081027)
시린콧날
2008. 10. 27. 10:54
주말과 휴일을 보내고 월요일을 맞는건 매번 부담스럽고 힘겨운 일이다. 무방비상태로 월요일 아침을 맞는 것이 두려워 일요일 밤에 미뤄둔 책도 넘겨보고, 재미있는 미드도 보았는데, 뭐랄까 결과가 뻔한 발버둥인것만 같아서 그닥 즐겁지 않았다.
무거워서 무거움마저 익숙한 월요일, 메일함을 여니 편지가 와있다. 바다로 가는 꿈을 꾸고 싶다는. 바다 생각이 난다는 편지. 스산함이 몸 속을 파고드는 것 같은 가을 아침에 바다 생각나게 해준 그 편지가 내내 고맙다. 추운 하루. 옷깃을 여미고, 양복 외투 속에 얇은 니트 한장 껴입은 아침. 잔잔하게 출렁거리는 바다를 떠올려본다.
출처를 몰라 너무 안타까운 사진한장. 정말 좋아하는 바다, 그리고 기차길의 모습. 이 사진을 볼때마다 기차를 타고, 동해바다를 찾아가고 픈 마음에 견디기 힘들어진다.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고, 차가워지지 않고, 따스한 바람 한줄기 내 쪽으로 불어주는 그 넓은 바다. 혼자 가벼운 배낭을 배고 찾아간 그 겨울 동해바다에는 작은 미풍이 잔잔하게 불어왔다. 뺨을 토닥여 주는 고요한 바다. 하지만 그 안에 깊게 요동치는 뜨거움을 난 대번에 느낄 수 있었다. 혼자였지만, 눈을 들어 수평선을 바라보면 일렁이는 그 기운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스물 네살때였다. 동해에서 버스를 타고 기찻길을 건너 망상바다를 찾아갔던건. Earl Klugh의 Water Song을 들으면 그 바다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바다로 가는 여행을 하고 싶다. 바다가 보고싶다. 그저 고요하고 고요해서 내뱉는 말 조차 맴돌지 않고 사그라드는 바다. 뛰어들지 않아도 그냥 옆에서 바라 볼 수만 있어도 좋았던 바다. 물냄새, 바다냄새. 그게 그리도 그리운 아침이다.
서해 -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 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