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장기하와 얼굴들, GMF 공연실황

시린콧날 2008. 10. 20. 13:18



장기하와 얼굴들 녹음해놓은 통파일을 각 노래별로 분리해서 올려본다. (내가 이런 것까지 한다는 데에 나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좋긴 좋은가 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매력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꼽고 싶은건 '흥겨움'이다. 음반 수록곡 한곡만 들어도 웃음이 빙그레 지어지고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된다. 그 가사가 루저의 한탄, 혹은 연인에게서 버림받은 비참함, 애걸복걸이라고 해도 그 저변에는 흥겨움과 발랄함, 번뜩이는 재치가 있다. 뭐랄까, 지극히 한국적이라고 할까. '한국적'이라는 개념이 실체없이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이들의 음악은 그렇게 규정짓고 싶어진다.

세련되지 않았으나, 그 꾸미지 않은 음악과 어우러지는 가사는 철저히 계산된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게도 세련미가 느껴진다. 의도적인 촌스러움이라고 할까. 그런 점에서 장기하라는 아티스트의 음흉함이 드러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특히나 공연을 보면 그리 큰 돈을 들인것 같지 않은 손짓이나 행동들이 몇배의 관객 호응을 끌어낸다. 재기발랄하고 머리좋은 아티스트라는데 고개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관객의 반응을 정확히 예측한 의도적 장치라고 할까. 그런 설정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레 호응을 끌어낸다.

너무 신이난다. '달이 차오른다'에서 보여주는 날개손짓,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나를 받아줘'의 미미시스터즈와의 앙상블은 보는 내내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신기한 것은, 이들이 연주한 곡들을 몰랐더라도 듣고나면, 아니 들으면서 자연스레 따라부르게 된다는 점이다. 듣는 사람에게 쉽게 다가오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 결코 '쉬운 음악'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이들의 앞으로 음악활동이 참 기대되는 까닭이다.

올려놓은 공연실황을 찬찬히 들어보면, 그리고 노래와 노래 사이에 던지는 멘트들을 들어보면 이들이 가진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거다. (음질이 저질이지만, 그래도 분위기를 느끼는데는 부족함이 없지 않나...라고 혼자 생각해본다) 멘트를 놓치지 않고 찬찬히 들어보면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도 관객과 가수가 함께 어우러진 그 유쾌한 난장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올려둔 사진은 공연순서로 찍어놓은 것들이니 찬찬히 실황을 들어보면서 사진 몇장 본다면 더욱 좋을것 같다. (원래 이렇게 사진만 올려놓는게 '스타일'은 아닌데 뭐라 달아놓을 코멘트도 없다. 노래를 듣는 수 밖에) 노래마다 변함없이 터져나오는 떼창이 자연스러울 만큼, 이들의 GMF공연은 그렇게 신나고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