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GMF) 첫째날 풍경들.
17일 전야제를 다녀왔다. 전야제라고는 하지만, 나에겐 미선이의 출연으로 인해 메인 스테이지만큼의 무게를 주었던 날. 미선이 공연에 대한 글은 따로 정리해서 포스팅할 생각이다. (녹음을 했는데, 음질이 '개판'이라 속상하다. 아쉬워 죽겠다) 그리고, 관심을 가졌던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도 따로 포스팅할 생각. 이건 녹음한 게 그나마 들어줄만하다. 먼저 그날의 분위기를 몇장의 사진으로 대신하려고 한다.
너른 공간, 무엇보다 여유있는 마음가짐. 돗자리를 펴고 안자있어도 아티스트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공간적 가까움. 그런 것들이 맘에 들었다. 아기자기하게 배열된 각종 상점들, 음식점들도 맘에 들었고. 그리고 아티스트당 대략 40분에서 60분내외의 공연시간은 단독공연 만큼은 아니지만 풍성한 밥상이 되어주었다. 앵콜이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로 인해 정해진 타임테이블이 지켜져 계획을 세워 공연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래를 해주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는게 제일 행복했다.
자, 그날의 사진들 올라간다. 함께하시라.
입구를 찾아 가는길에 늘어서있는 라인업 포스터들.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미미시스터즈.
페스티벌 레이디인 이하나의 포스터. 둘째날에 출연한다고 하는데 볼수없어 아쉬운 공연중 하나.
포스터를 보자마자 가슴이 덜컹거려 주체할 수 없었던 미선이의 사진. 근데 이게 언제적 사진인가. 대략 10년이 넘은듯한 빛바랜 사진.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박함을 보여주는 사진한장.
일년동안 열리는 각종 뮤직페스티벌을 다 참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의 부스. 책도 팔고, 공연정보도 놓여있는 곳이었다.
메인무대였던 민트브리즈스테이지.
시디마켓부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60여개팀의 시디를 팔고 있었으니, 왠만한 시디가게 수준. 나라고 참을 쏘냐. 인파를 뚫고 두장의 앨범을 샀다.
미뤄놨던 브로콜리 너마저의 앨범과 오지은의 앨범을 구매하고 잔디에 늘어놓고 한 컷. 오지은의 앨범은 자켓을 볼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자의식 강한 에고가 느껴진다. 노래도 그렇고.
무대한켠에 마련된 휴식공간. 잔디가 넓고 편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더웠던 날씨로 태양을 피하는 사람들 몇몇이 앉아있었다.
꽤나 신뢰감을 주었던 타임테이블. 이거 없으면 제대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없다.
얼굴을 가렸어야 하는건지 살짝 고민스럽지만. 그래도 용서해주시리라 믿고. 이 분의 깃발이 공연내내 나부꼈다. 마지막 델리스파이스 공연때 기차놀이의 선두에 섰던 분. 이런 분들이 있어 더 즐거워진다.
이렇게 편히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다니. 쌈싸페의 밀도에 익숙해져있는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블러섬 스테이지. '짙은'이라는 이름의 가수였다. 나중에 타루의 공연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오래 듣진 않았지만, 나름 감성적인 필을 가지고 있는 듯.
민트브리즈 스테이지의 '불나방스타소시지클럽' 이 분들은 이 공연을 마치고 잔디밭에 앉아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내내 구경하셨다. 드럼, 베이스 조차 없는 단촐한 구성이었지만, 웨스턴 키치 필은 충만했다.
민트 브리즈 무대.
드뎌 미미시스터즈 등장. '무슨 지들이 스타인줄알아'라고 말씀하시면 곤란. 이미 이들은 스타다. 장기하의 무대를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거다. 김태희를 눈앞에서 본 느낌으로 필받아 한 컷.
앞으로가 기대되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 미선이를 위해 가져간 mp3로 시험삼아 녹음을 했는데 이 밴드는 무지 깔끔하게 잘 됐는데. 미선이가 그렇지 않아서 아쉽다. 재기와 익살. 너스레. 감각. 구성. 모두 주목할 만한 밴드. 뭔가 유쾌하게 공연을 즐기게 하는 매력이 있다. 노래도 따라 부르기 좋고. 즐거웠던 시간.
단촐한 조명시설. 그래도 좋았다.
미미시스터즈와 장기하와 얼굴들의 합동공연. 이게 2부의 첫곡이었을거다. :)
블러섬 무대의 느낌은 조촐한 열정이랄까. 스탠딩의 밀집.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였다.
장기하와 얼굴들 공연을 마치고 빠져나오니 진행되고 있었던 크라잉넛의 공연. 지금은 얌전히 연주하고 있지만, 나중에 '본색'을 드러내고 말달리자로 달려주셨다.
여전히 악동같은 크라잉넛.
형제의 열정적인 연주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본 한 컷. 같은 길을, 같은 밴드로 함께 가고 있는 형제.
어딘가를 응시하면서 서서 지켜봐도.
맨발로 잔디의 촉감을 느끼며 음악을 즐겨도.
춤추며 서서 뛰면서 즐겨도.
남들은 다 서있어도, 떳떳하게 나란히 앉아서 공연을 즐겨도 행복한 페스티벌. 그게 음악축제다.
타루의 공연. 밸런스 탓인지 목소리보다 드럼이나 베이스의 소리에 목소리가 조금 뭍히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짙은'이라는 가수와 함께 부른 자작곡이 좋았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 카메라를 보며 부르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
W & Whales의 무대. 앨러니스 모리셋의 'Hand In My Pocket'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들의 노래 'R.P.G'는 CM에 삽입된 탓인지 익숙했다. 공연이 끝나고 시디를 사고 싶었는데 다 팔렸다. 공연을 보고나니 얼마전 발표한 이들의 '하드보일드'앨범도 자연스레 구매 목록에 올랐다.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내리쬐는 공연장.
강한 조명을 거두고, 몇개의 텅스텐 빛 밑에서 공연을 즐겨도 좋을 만큼, 소품같은 느낌. 소리가 나를 흥분시켰다.
말해 무엇하랴. 미선이의 공연. 튜닝마져 행복해하며 기다렸던 이들의 한시간 공연.
윤석님의 수줍은 모습. 파노라마를 부를때의 모습.
이들이 이 곳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 공연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 곳에 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공연 클로징을 맡은 델리스파이스의 공연. 이들은 충실히 준비했던 만큼.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항상 엔진을 켜둘께'가 울려퍼질때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동동구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나도 물론.
긴 시간 공연이 이어졌지만, 끝이 아쉬웠다.
환호하는 이들,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사람들. 뭔가 동류의식. 같은 음악을 그 곳에서 함께 한다는 동시성. 그 터질듯한 감성. 우연히 눈이 마주치면 웃을 수 있는 페스티벌 제너레이션.
델리스파이스의 앵콜곡 '차우차우'를 끝으로 17일 전야제의 공연이 마무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