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어떤 포크음악, 손지연

시린콧날 2008. 10. 16. 19:23




새로운 가수를 알게되는것. 특히나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를 알고, 찾아듣고, 좋아하고, 기억해주는 것. 그건 어쩌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지는 옅은 의무가 아닐까 한다. 음반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셀프 프로듀싱 앨범을 만들고, 여전히 그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들도 많이 있다. 그들이 이런 '약속없는' 음반을 내고, 힘든 무명의 길을 가는건 단지 '성공'이라는 이름 때문은 아닐거다.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그 노래,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게 아닐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픈 어쩌면 소박한 바램이 당장은 더 크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고 더 오랜 시간동안 귀 기울이게 된다.




손지연이라는 이름을 만났다. 주찬권의 공연에서 그녀를 발견한 사람이 있고, EBS공감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도 있다. 난, 철지난 뉴시스의 기사를 통해 그리고 그 길로 달려간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그녀를 알게됐다. 이제 세번째 앨범을 발매한 싱어송라이터. 양병집을 스승으로 모신다는 소개글. 홈페이지를 들려보면 그녀가 얼마나 사람들과 이야기 하려하는지, 자신의 노래를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오래전 시화전의 그림들처럼 사진위에 얹어놓은 노래가사를 보고 있자니, 그 아날로그 감성에 눈길이 멈춘다.
 

실화

너의 집 앞을 맴돌다 사랑에 만취돼 우는 난 주정뱅이
하늘을 흐르는 구름처럼 흐르고 흘러도 너에게로

그렇다 할 소원도 너에게 약속한 바람도 못 이루고서
하루종일 잘난 척 하다 보낸 오늘을 또 나는 후회해

작은 기대 하나 이룰 수 있는 반 시간만 내게 있었다면
똑 같은 이유로 널 괴롭혀 떠나게 하진 말았을 텐데

그립다 네게 말하면 너 내게 다시 돌아올 꿈을 꿀까 봐
너를 위한 노래는 절대로 부르지 않게 되길 맹세해

너는 멀리 떠날 준비를 다하고 내게 이별을 고하지만
나는 멀리 떠날 널 붙잡을 핑계로 아직까지 힘들어

사랑을 잃어 외로운 바보가 된대도 서로 멀어만 가고
어차피 영원하진 않을 텐데 내가 널 미워하는 것도


그녀의 노래중에서 '실화'라는 노래를 찾아 들으며, 이 가수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중독성에 멈칫 멈칫 했다. "그립다 네게 말하면 너 내게 다시 돌아올 꿈을 꿀까 봐 너를 위한 노래는 절대로 부르지 않게 되길 맹세"하지만, 결국 너를 위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이 가수의 감수성. 맘을 붙잡는다. 70년대의 포크 느낌이 배어나오지만, 그 '촌스러움'이 익숙함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낯설다는 점에서 손지연의 포크음악은 '다르게 말하기'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든 경험한 사랑노래를 하고, 노이즈없는 기타소리에 그 흔한 리버브도 없는 투명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지만, 이 시절 이런 포크음악은 그렇기에 낯설게 느껴진다.




자신의 얘기를 자신의 노래로 이야기하는 이런 '언더그라운드'의 가수들이 올곧게 서서 끊임없이 노래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오버로 나와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이라는 열매를 가져도 좋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꾸준히 음악을 하며 자신의 아우라를 가지며 음악활동을 해나갔으면 한다. 음반을 사고, 공연을 보러가고 싶은 공감하고픈 가수가 내 주변에 있다는 것. 참 소중하다. 손지연이 없었다면, 그녀의 '실화'라는 노래가 없었다면, 스산한 가을에 마음 차분히 다독여주는 그녀의 독백이 없었다면, 마음 한자락 위로 받을 수 있었을까. 작고 소중한 것들은 곁에 오래 남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