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창고
Forever, Twenties (20081006)
시린콧날
2008. 10. 6. 14:27
얼마전 열린 대학가요제 관련 글을 보다가 이 노래가 생각났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 나에겐 대학가요제의 처음이자 끝인 노래. 그때 그 영상을 보고 있자니, 지나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내 이십대가 눈에 아른거린다.
한참 지나치고 나서야 잠깐 돌아보았던 내 이십대. 아무런 관심없이, 별다른 시선도 받지 못하고 내 스무살은 쓸쓸하게 지나쳐 간 것만 같다. 시간이 흘러도 내 이십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거두지는 못하리라. 풋풋한 신해철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이상은의 노래처럼, 이십대 때에는 젊음을 몰랐다. 바꿔 말하면 젊기에 젊음을 알수가 없었다는 말이 정확할거다. 뭐든 지나고나서야 우연히 돌아보는 시선에서 알게되는 것이니.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더 많은 것을 보게 해주었어야 했는데 스스로 벽을 만들고 내 이십대를 그 안에 가두어 버렸다는 미안함이 아른거린다. (
삼청동, 커피팩토리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던 교련복의 그도 이십대였을까. 짊어진 가방이 보기 좋았던 한낮.
이미 10년이 넘어버린 대학 입학식, 봄 교정이 생각난다. '그대에게'를 들으며 뭐든 손에 잡힐듯 터질듯한 기대가 넘실거리던 그때. 민중가요보다 내 가슴을 더 뛰게 만들었다는걸 감히 선배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 노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대학낭만'의 다른 이름이었다. 발을 동동구르게 만드는 이 노래를 들으며 누군들 자신의 대학시절을, 그 푸릇하던 이십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빠빠밤 빰빰 빠바바밤빠바. 시원스레 울리는 신서사이저 소리. 넓은 운동장에서 응원연습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 고생했다, 아름다웠다는 말 한마디 건네주지 못하고, 달려드는 삼십대를 위해 자리를 내주어야 했던 내 이십대. 더 치열했어야 할 내 이십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야 만 내 이십대. 불러내어 위로주 한잔 하고 싶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내 곁에 있어주길. 그래도 난 너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