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쌈싸페에서 유앤미블루를 보다
시린콧날
2008. 10. 4. 14:28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10회 쌈싸페를 다녀왔다. 처음 쌈싸페를 간건 2003년에 이대에서 열린 5회부터 갔으니 벌써 6년째 매년 가는 거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부담스럽지 않은 공연들. 무엇보다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것이 매년 가는 주요한 이유일 거다. 많은 한국의 락음악을 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가장 큰 이유라는건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이번 10회는 여러모로 실망스럽기도 했다. (뭐, 작년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올해는 10회라는 관록이 무색하게도 전반적으로 공연의 관점에서 실망스러웠다)
올해는 음악을 즐기면서 틈틈히 사진으로 기록해보자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찍어온 사진이 꽤 된다. 근데, 번들 망원렌즈의 밝기의 한계로 인해 어두워진 후의 사진의 질은 '봐주기힘든' 수준이지만 그래도 나름 기록이라는 차원에서는 만족할만하다. 일단 그 사진들은 시간이 허락하면 다시 올리도록 하고, 어제 '미친 뜀박질'로 인한 피로감을 일거에 상쇄시킬 만한 가슴뛰는 공연 유앤미블루의 사진들 몇장을 올리려고 한다.
사실 올해 쌈싸페가 그리도 기다려졌던건 유앤미블루의 공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80년대의 어떤날이 있다면, 90년대에는 유앤미블루라는 남성듀오가 있어 행복했다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하나의 상징이다. 특히나 2집은 필청을 넘어,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날의 2집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공연의 딜레이로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 지난 11시경에 무대에 오른 그들. 사실 그들이 나오기만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몸이 예전같지 않아 슬램이 난무하는 무대 중심부는 기피하고 있었으나 이들이 나오는 차례가 되자 난 쏜살같이 카메라 하나 메고 거침없이 무대앞으로 다가갔다. 내 주변에는 나처럼 이들을 기다렸을 사람들이 쉴새없이 유앤미블루를 외쳐대고 있었다.
다행이 피아나 스키조의 무대와같은 '난장'이 없었다는게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올려놓은 사진들도 그나마 건지지 못했을거다. 아마 카메라가 박살이 났을 수도 있었을 거다. 노래를 즐기고 싶어서 공연초반에만 몇장의 사진을 찍어놓았고, 나머지 공연시간에는 미친듯이 소리지르며 그들의 '귀환'을 맘껏 환영해주었다.
비록 4곡이었고, 무대 앞에서 들으니 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거에 무척이나 감사를 하면서 열심히 들었다. 소리도 내지르면서, 방준석 님이 '그날'을 부를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 뻔했다. 그날의 공연을 녹음해놓으신 고마운 분이 계시니 들어보면 느낌이 조금 올 것 같기도.
주로 승열님이 스팟라이트를 받다보니 그를 찍은 사진이 많았다. 준석님은 무대뒤에 샌님처럼 서서 조용히 노래와 기타연주를 하고 계시더니 나중에 '앨범 내주세요'라는 한 남자 팬분의 질문에 '예. 내야죠'라는 폭탄발언을 내놓으셨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정말 가슴속에 남아있는 미약한 힘까지 내지르며 환호를 했다. (득음할뻔했다)
승열님의 카리스마와 특유의 목소리의 힘은 무대를 압도할 만했고, 세션에는 눈이 별로 가질 않을 만큼 두 명을 번갈아 바라보기 바빴다. 어쩌면 유앤미블루의 재결성(?)은 이승열의 활발한 솔로활동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찌됐든, 그들의 음악이 흩어진 옛음악이 아니라 다시 살아숨쉬는 음악이 되어간다는게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4곡중 1집의 곡들이 3곡이었다. 올려놓은 곡의 순서가 쌈싸페에서 연주한 순서일거다. (자신은 없다.) 아무래도 쌈싸페라는 무대의 특성상 그루브있는 곡들을 선정한게 아닐까 싶은데, 2집의 매력적인 곡들을 한곡 더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나 2집의 '지울수 없는 너'하고, '천국보다 낯선'은 꼭 듣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뭐 단독공연을 하면 다 들을 수 있으니 기다려볼거다.
노래들으랴, 환호하랴, 카메라들고 찍느랴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날의 공연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으니 그걸로 되지 않았나 싶다. 그들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집에 가는 발길을 돌릴 수 있었으니 기다린 만큼 행복했다. 제일 아래 누가 벌써 올려놓은 6분짜리 공연실황이 있으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