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창고

환절기 손님, 감기 (20080924)

시린콧날 2008. 9. 24. 21:52

누가 환절기 아니랄까봐 감기에 걸렸다. 하루종일 많은 사람과 마주치는 직장생활이라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밖에 없지만, 뭐가 문제인지 이 놈의 감기는 나를 지나치는 법이 없다. 어젯밤에는 부어오른 목 때문에 잠까지 설칠 정도로 괴로웠다. 오늘은 목은 가라앉고 콧물이 찔끔찔끔 나오더니 이제는 얕은 기침이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콘택600이나 화이투벤 같은 집안 어딘가 굴러다니는 항생제를 먹었겠지만, EBS에서 본 감기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느낀바 있어 꾹 참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내 몸의 자연치유능력을 믿어보는 중이라고 할까. 

사실 콧물 멈추는 약 한봉지면 훌쩍대는 '없어보이는' 행동을 안해도 되고 (오늘 회의시간에 스스로 참 찌질해보였다), 자기전 머리맡에 흐르는 콧물을 닦아내기위해 티슈를 가지런히 놓아두지 않아도 된다. 손쉽게 약 한봉지, 주사 한방이면 바로 불편함을 없앨 수 있는거다. 그래도 난 불편을 감수하기로 했다. 어제는 잔뜩 부어오른 목 탓에 침 삼키기가 힘겨워 약 먹어볼 생각을 하긴 했지만 참았다. 대신 뜨거운 차를 여러번 마셨다. 이불 한겹 더 꺼내 따뜻하게 잠자리도 마련해두었다. 내가 먹으려는 감기약이라고 해봐야 치료제가 아니고, 그저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효과 밖에 없다. 게다가 그 약이 체내 축적되면 몸의 면역력은 오히려 감소한다는 사실도 알고있으니,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감기약 따위를 먹을 이유는 없는거다.




이건 당연히 적절하고, 필요한 의료행위를 거부한다는 말이 아니다. 지나친 약물남용,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부적절한 의료행위는 해서도, 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환자는 그런 무책임한 의료행위를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의사 자신도 약의 효능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버릇처럼, 손쉽게 처방하는 이른바 '날림 치료'에 대해 무거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이 말에 거부감이 든다면 오래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울림이 큰 책 '나는 현대의학을 믿지 않는다'라는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 글을 쓰고있는 현재 노트북 주변에는 대략 대여섯뭉치의 휴지들이 널려있고, 자판을 한두번 두드릴때마다 서너번의 기침을 하고 있는 중이다. (왠 생고생인가) 아마 하루이틀정도는 혹시나 감기 옮을까 걱정하는 회사 후배들의 '따돌림'을 감수해야 할 것 같다. (나쁜 놈들) 그래도 괜찮다. 따끈한 차를 기다리는 전기포트의 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그리고 부은 목을 달래줄 달콤한 초콜릿도 있다. 감기걸린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따뜻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