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서 길을 잃다...
글을 쓰고 싶은데...글이 써지지 않는다...'쓰기'버튼을 누르면 머리가 하얗게 되버리는 걸까? 9월이 되고 8월은 지나가고 내 주변은 또 달라지는데...아무렇지도 않게 흘러가는 내 생활처럼...아무렇지도 않게 글 쓰여지는 것이 꼭 내 생활 같다...8월에 내 삶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한것이 못내 서운하다...여기 아닌 다른 곳의 하늘을 꼭 보고 싶었는데...왜 못했는지...개강을 하고 짜여진 시간표 속에서 난 내 8월을 원망할거 같다...
후련하게 글을 쓰고 싶다...새로 듣게된 노래...새로 읽는 책이야기...소소한 내 삶의 이야기들...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들의 삶 이야기라도...이곳에 앉아 몇시간이고 주절거리던 그 기억들...왜 난 길을 잃었을까? 담아두지 못하고 내가 받아들이는 것들...이젠 한낱 고민조차 하지 않고 내쉬어 버리기 때문일까...너무 가벼워진걸까...생각하지 않으려 하는걸까...점점더 현실...아직 현실조차 되지 않은 未현실의 것들에 허우적 대고 있는 걸까...
새로 시작이다...그치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시작의 반복일 뿐이다...어디 하나 새로운 것은 없으므로...그래서 그 반복이 지겨울 뿐이다...그걸 알면서 또 두려워해야하고 또 흘려보내야 한다...그 속에서 잠깐 고개 들어 이곳을 보면...난 멍해져서 지금처럼 헤매고 있겠지...
기다림에 익숙해지고 싶다...5분, 10분, 잠깐의 기다림에 조바심 내지 않고...꼭 다시 오겠지라는 기대 같은건 하지 않고...그냥 막연히 기다릴 수 있는 그런 차분함을 배우고 싶다...언제나 그랬던 것처럼...내가 적어내던 그 빈 노트 혹은 빈 게시판처럼 기다리고 싶다...오늘처럼 게시판에서 길을 잃어 당황스러워 하지 않도록...그냥 기다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삶이라는 것도 이와 같으리라.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더 환해 보이지 않는가. 상처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것이 진짜 보는 것인지나 아닌지.' 김혜순 - 들끓는 사랑 中에서
지금 길을 잃고 있는 것이...상처였음 좋겠다...답답해하며 안타까워하는 것이 어쩌면 삶을 '진짜 보는것'이었으면 좋겠다...그리고 더 환해 보였으면 좋겠다...9월의 어느날...누구라도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20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