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창고
적게 먹기 (20080910)
시린콧날
2008. 9. 10. 22:32
사실 징후는 도처에 있었다. 숙취해소에 걸리는 절대시간, 신호등을 앞에두고 헉헉대는 거친호흡, 어깨에서 느껴지는 결림증상. 아직은 괜찮은 나이라고 위안하긴 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조로'할지 모른다는 위기감 또한 몰려왔다. 그래서 부랴부랴 일주일에 서너번, 1시간 내외로 운동을 하기로 큰맘을 먹었다. (정말 큰 맘이었다)
소박한 목적이야 몸 움직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긴장된 근육도 풀어주고, 상쾌한 몸과 마음을 갖는 것이었지만, 뭐랄까 하면서 욕심이 조금씩 생겼다. 사방에 놓인 거울, 잘 단련된 다른 이의 모습이 자극이 되었다고 할까. 근데 당연한 얘기지만 잦은 회식, 늦은 저녁식사가 병행된 탓에 변화는 더디 오고 있다. 오기나 할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그래서 한가지를 더 실천하려고 한다. 최근에 음식을 잘못 먹어 호되게 당한적이 있다. 그 며칠간 음식섭취를 줄이고 포만감이 느껴지기 전에 숟가락을 놓고는 했는데, 간헐적이긴 했지만 운동은 거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탈난 속이었지만 몸도 가볍고, 무엇보다 뭔가 그득한 게 아니라 내 몸 한구석 비워진 느낌이 참 상쾌했다. 답은 적게먹는 것이란 소박한 깨달음.
사실 온갖 산해진미가 유혹하는 (사실은 술) 저녁식사를 외면하기가 쉽지는 않다. 먹는 즐거움은 인생의 절반이라는 말도 고개 끄덕여 동의할 수 있다. 그치만, 그 식욕을 덜어내고 조금 내 안을 비워내는 느낌도 꽤 큰 정신적인 만족을 준다. 적당량의 식사를 끝내고 수저를 놓을때, 물 한잔을 마시고 식탁을 돌아설 때의 충만함. 내 안의 넘치는 욕망을 절제하고, 부족함에 만족할 수 있는 삶의 태도.
저녁식사 몇번 줄인걸로 괜한 오버를 떠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뭐든 풍족하고, 끊임없이 맛있는 것 찾아 먹으라고 부추기는 사회에서 나 하나쯤 덜 먹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먹을 것 많고 욕망이 터질듯이 충돌하는 사회. 작은 다짐으로 내 앞의 한끼 식사부터 줄여가면 어떨까 싶다. 건강과 군살제거는 덤이 될거다.
그런데, 최대복병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내 의지를 시험할 절호의 찬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