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빵 한조각, 가장 보통의 존재, 산다는 것

시린콧날 2008. 8. 27. 08:02


몸과 마음이 모두 힘겨워지는 수요일, 일찍 아침 버스를 타고 회사 내 자리에 앉아 카스테라 빵 한조각과 검은콩 두유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넘기는 목구멍이 힘겹다. 부드러운 카스테라가 단단한 바게뜨 빵 같다.

이런 아침식사였으면 좋으련만...삼청동, 더레스토랑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들으며 삼키는 빵 한조각. 언니네 이발관의 느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이번 앨범은 특히나 누르는 무게가 만만치 않다.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젠장, 이렇게 칼날같은 가사를 쓸게 뭐람. 이석원의 목소리에 실려오는 넋두리 가사가 빵을 삼키는 가슴 한구석에 오래 머문다. 세상은 '나는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 따위를 강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극히 보통의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잘것 없는 보통의 존재가 이 견고한 세상에 작은 생채기 하나 남길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 나쁜 이.석.원.

일상은 위대하지만, 사는 것 만으로는 의미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삶. 그걸 찾는 것이 삶이겠지. 다시 빵을 한조각 삼키고, 검은콩 우유를 입에 담아두고, 컴퓨터를 켠다. 오늘 하루는 우울 모드다.
 

가장 보통의 존재 - 언니네 이발관

관심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내가 온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아무도 찾지 않고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을 바라며 살아온
내가 어느날 속삭였지 나도 모르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당신을 애처로이 떠나보내고
그대의 별에선 연락이 온지 너무 오래되었지

너는 내가 흘린 만큼의 눈물
나는 니가 웃은 만큼의 웃음
무슨 서운하긴
다 길 따라 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먼저 손 내밀어 주길 나는 바랬지

나에겐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이곳에서 우린 연락도 없는 곳을 바라 보았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채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이곳에서 우린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지

이런 이런 큰일이다 너를 마음에 둔게
이런 이런 큰일이다 나를 너에게 준게

나에게 넌 너무나 먼 길
너에게 난 스며든 빛
언제였나 너는 영원히 꿈속으로 떠나버렸지

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