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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기형도

시린콧날 2008. 3. 7. 15:54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시인선 80)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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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때마다 한때 심정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시들이 있다.
내가 가슴 떨며. 때로는 울컥하며.
아니. 같이 슬퍼하며 읽었던 시들.
어떤 심정 상태에 있다고 해도.
읽는 순간. 그때의 느낌이 몰려들게 하는 시들.
기형도의 시도 그중에 하나다.


'입 속의 검은 잎' 


제목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시집은.
읽는 내내 무언가 확실히 알 수 없던 모호함으로 다가왔지만.
어느 순간. 정확히는 김현의 글을 읽을때쯤.
그동안 젖어들었던 기분이 몰려들었던 시집이었다.

시집을 덮자마자 난 다시 그 시집을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의 그 느낌은 같은 시에서. 똑같이 배어나왔다.
언제까지 기형도의 시집을 앞에두고 그 기분 계속 느낄지 모르지만.
나보다 7년 앞선 선배도 그의 시집을 앞에두고 아직 뒤돌아서지 못한다고 말했으니까.
나에게도 그정도의 시간의 자취를 남기리라 짐작한다.

어제 소주와 통닭을 먹었다.
허기진 상태에서 먹었더니.그걸로도 알딸딸하다.
계속 먹으면 아무래도 후회할 기분이 될 것 같아서.
미리 들어왔다. 근데. 기형도의 시가. 가슴을 때린다.

일찍 일을 접고. 집에 가고 싶다.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마포대교쯤에서. 한강풍경을 오래 쳐다보고싶다.
열심히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 그 강박과도 같은 느낌에서.
한 며칠 벗어나고 싶다.
어쩌면 의미있는 것들은 나를 비켜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서도 떨어져 있고 싶다.

바다도 보고 싶고. 그 곁에서 술도 마시고 싶다.
반기는 곳 하나 없지만. 기꺼이 가고 싶은 곳은 많은 날이다.
바람이라도 시원하게 불었으면 좋겠다.

기형도가 그랬던가.
'하늘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어디 눈 뿐일까.그걸 그도 알았을 거다.
그래서 기형도는 나에게 항상 숙제다.


오늘은 기형도의 기일.
그의 시처럼 아프지 말고, 하늘에서 사랑하며 행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