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노암 촘스키...규칙을 세운자, 규칙을 지키는자

시린콧날 2008. 2. 24. 17:55
EBS에서 기획한 "글로벌 리더와 미래를 만다나 촘스키, 대한민국에 말을 걸다"를 뒤늦게 봤다. 요즘 자주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방송프로그램을 보다보니 정작 본 방송시간에 전혀 구애받지 않게 되었는데, 이런 대담프로그램은 더더구나 (불가피하게) 플레이와 포즈를 반복하면서 보는 경우가 많아 가급적 다운받아 보는 편이다.

별도의 화면이 없는 1대1의 대담프로그램이라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도 관심있었던 촘스키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어로 진행된 대담에 성우의 목소리를 입혀서 진행되었는데, 자막에 익숙해져있어 그런지 몰라도 촘스키의 목소리 그대로 듣는것이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성우의 목소리가 너무 편안해 오히려 집중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몰입을 얘기하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대담은 그래서 중간에 포기.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 얘기에 몰입하긴 커녕 점점 산만해지더라는.




촘스키야 국내에 책도 많이 번역되어있고, 워낙 유명한 사람이다보니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사실 그의 유명세가 이 분이 오랜세월 꼿꼿이 견지해온 비판적인 사회역사인식과 관련 저술에 국한되어있는게 사실이다. 1950년대 변형생성문법이라는 탁월한 언어학연구를 발표한 저명한 학자이기도 한데 (MIT언어학교수), 그렇다고 알고만 있을 뿐이다.




그의 대담중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언급이 기억에 남아 캡쳐해봤다. '규칙을 세운자'는 서구선진국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바꾸어도 될 것이고, '규칙을 지키는 남들'은 우리를 포함한 개발도상국, 후진국으로 바꿔도 무방하리라. 이 언급은 '자유무역'을 이야기 하면서 나왔는데, 미국은 겉으로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며 철저한 보호무역주의로 발전해왔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자유무역이라는 규칙을 타국에 강제하며 그들은 그렇게 발전해온 것이다. 그 상대인 규칙을 지키는 자는 가까이는 멕시코가 있을 것이고, IMF환란이후 그리고 한미FTA까지 달려온 한국도 비켜갈 수는 없다.

그의 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절대선으로, 그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반시장경제로 무시하며 일방통행을 강제해왔던 한국의 친기업 시장경제론자들은 한번쯤 귀기울여봐야 할 것 같다. 결과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이었고, 누구의 배를 배부르게 한 것이었는지. '규칙을 만든자'를 위한 게임의 룰에서 우리는 항상 패배할 수 밖에 없는건 아닌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굳이 그의 이런 언급을 국가간 경제관계에 국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긴 세월을 나와 사회와 세계를 고민하며 살아온 노학자의 통찰, 그 한마디는 가깝게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 나와 조직과의 관계, 나와 사회와의 관계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그리고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