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창고

로저 에버트의 '위대한 영화' 박스셋

시린콧날 2007. 10. 15. 10:44

얼마전에 로저 에버트 (회사 영어회화 선생님한테 이 책 얘기를 했더니 첨엔 못 알아듣다가 '이버트'라고 정정해주었다.ㅡ.ㅡ)가 쓴 '위대한 영화1,2'를 구입했다. 1,2권이 묶여 책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게되었다. (초판에는 10편의 영화가 제외되어있다가 이번판에 다시 실려 초판 구입자들의 공분을 샀다고 하는 뒷얘기가 있다. 제외한 이유가 그 10편은 도저히 필름을 구해볼 수 없어서였다고 한다. 이런...)

두툼한 박스셋, 깔끔하게 묶여있는 제본, 인상적인 머리말 덕분인지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은 기대감이 마구 들었다. 스포일러에 대한 두려움에 이미 본 영화들에 대한 리뷰만 조금 읽어보았는데, 읽으면서 혹은 읽고나니 이미 봤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솔솔 난다. "아, 그랬나?" "음, 그렇게 볼수도 있겠군" 정도의 공감...머리아프게 영화를 난도질하는 분석은 없지만, 딱 영화를 볼때 놓치면 아쉬운 부분들을 푸근하게 짚어주는 것 같아 맘에 든다. 영화를 텍스트차원에서 분석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반면, 같이 영화보고 나서 맥주한잔 마시며 나누는 편한 이야기같은 평론은 찾기 힘들다. 내 눈높이에서 아니면 그 보다 조금 위에서 동감하며 "네 말이 맞긴 하지만...이렇게 보는 건 어떨까?"라고 얘기해주는 푸근함이 이 책에는 있다.

Kevin Winter / Getty Image (http://www.time.com/time/arts/article/0,8599,1636520,00.html)


가끔 AFKN을 틀면 이 아저씨와 또다른 아저씨가 나와 영화 설명을 해주고는 했는데, 시금털털해보이는 아저씨가 최신 영화를 설명해주는 언밸런스 함에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손가락 하나로 영화관계자들을 좌지우지 했던 "Two Thumps Up!!"의 주인공이라고 하니 내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을듯 하다. (로저 에버트에 관한 위키자료) TV에 얼굴을 자주 비추고, 최신영화들을 설명해주다보니 흔히 생각할때 그저 "출발비디오 여행"류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아저씨가 오래 몸담아온 시카고 선타임즈의 리뷰(http://rogerebert.suntimes.com)들을 살펴보면 그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의 책 '위대한 영화'는 이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엮은 책이다. 최근에 그가 쓴 위대한 영화 기사에 "바벨(2006)"이 있는 것을 보고 참 반갑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아저씨가 쓴 글 중에는 올드보이에 대한 글도 있다.) 이미 보았던 영화에 대한 글을 다 읽고나서 사실 책을 잠깐 놓아두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니 영화보기에 대한 일종의 갈증같은 것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에버트 아저씨가 소개한 영화들 중에서 가능한 한 구할 수 있는 영화들은 보고나서 읽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처음 실려있는 영화는 로버트 알트만의 내쉬빌...어제 러닝타임 159분에 이르는 영화를 끝냈고, 두번째 실려있는 Network는 시간내서 볼 예정이다.

아직 책을 다 읽진 않았지만 두툼한 영화에 대한 소개만으로 소원해진 영화보기에 대한 즐거움와 의욕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 아저씨의 취향 (Ebert's favorite film is Citizen Kane. His favorite actor is Robert Mitchum and his favorite actress is Ingrid Bergman.)이 나와 그리 어긋나지 않는 것 같다는 '동질감'도 그 이유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