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비 갠 오후에 듣는 'Skyline'

시린콧날 2007. 8. 9. 08:53

날이 갰다. 오락가락 하는 비 때문에 출근길에 '물폭탄'을 맞기도 했지만, 그래도 비의 불편함을 미워할 수 없는 건 비가 내린 후에 비가 선사하는 그 깨끗함, 명징함 때문이다. 중부지방에는 비가 좀 더 내린다는 얘기도 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바깥 하늘은 초가을 느낌이 난다. 그런 하늘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이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Yui가 부른 Skyline.
 


그녀가 XP라는 희귀한 병을 앓는 가수지망생으로 나오는 '태양의 노래'에서 나왔던 노래다. 영화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지만 유독 이 곡 만큼은 참 좋았다. 전주에 나오는 그녀가 연주한 기타소리가 귀에 감겼고, 드럼과 베이스가 더해지는 노래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살짝 전율을 줄만큼 신나고 경쾌했다. 햇볕을 보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어 늦은 밤에만 밖에 나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녀는 그 절박함은 아랑곳없이 멋진 노래를 선사해준다.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인지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이 노래만 흥얼거려졌다.

얼마전에 일본에 갔을때, 늦은 밤에 '고베'에 갔었다. 번잡스러운 역 근처에서 듣기좋은 연주소리가 들려 걸음을 옮겨보니 고베역 1층에서 4명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베이스, 드럼, 기타, 섹스폰으로 구성된 단촐한 구성이었지만, 그 한여름 번잡한 곳에서 시원스런 연주를 듣는 기분이 참 좋았다. 드물게 대학로 거리에서나 마주칠 수 있는, 그것도 운좋아야 들어볼 수 있는 거리공연이 우리도 좀 많아졌음 좋겠다. 잘 부르지 않아도, 잘 연주하지 못해도 남앞에 서서 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서울도 사뭇 다른 느낌일텐데.

Yui가 노래를 부른 장면을 유튜브에 올려봤다. 보고나서 몇번 다시 보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퇴근길에 이런 근사한 길거리 공연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 비도 시원스레 내려 길도 깨끗하겠다, 걷기 좋게 조금만 바람이 불어준다면 더더욱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