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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시선, '지식채널e'

시린콧날 2007. 6. 19. 18:39

회사 문화센터에서 신간 하나를 빌렸다. 노란 표지에 '지식 e'라고 적혀있는 책이었는데, 보자마자 너무 반가워 덮석 집었다. 일부러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볼때마다 방송시간 10배 정도(혹은 그 이상)의 생각거리를 주는 EBS의 '지식채널'. 사실 책이 나왔는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 손에 우연히 들어왔다. (신간을 접하는 주요통로였던 신문을 덮고 살다보니 신간정보에는 깜깜해져버렸다. 근데 정신건강에는 훨씬 좋다. ^^)



책편집이 깔끔하고, 내용도 흥미로운 것들로 채워져 있어 40꼭지를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근데 느낌은 가볍지 않아, 책 뒷표지에 김미화가 말했던 것 처럼 "40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묵직함을 준다. 방송내용에 더해 (아마 작가들이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조사했던 내용이었을테지만) 주제에 대한 추가적인 해설이 적혀있어, 정보에 목말라했던 나같은 사람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건 꼭지 끝에 관련도서를 소개해놓았다는 점이다. 나중에 찾아 읽고싶어 리스트를 꼼꼼히 적어놓았다. (벌써 한권은 배송되어 도착했다.) 이 책 덕분인지 최근 시들해졌던 '책읽기'에 대한 의욕이 새록새록 생긴다.

'지식채널'의 가치는 무엇보다 누구나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을 '뒤집어보는' 데 있다. 관습적으로 굳어진 시선들, 편견들, 사고방식들을 이미지와 음악, 활자로 전달하는 방식은 보는 사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이면을 바라보는 것, '주류'의 시선이 아니라 '비주류'의 시선으로 세상을 뒤집어 바라보기. 그런 이해방식에 나름 익숙해있다고 '오만' 떨었던 나에게 책과 영상이 소개하는 소재들은 '아직 멀었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다. (정말 멀~었다.) 불과 몇달전 '당연하다고' 지나쳤던 사실과 사건들의 내재적 가치의 발견. 일부러 눈감는 건지 그걸 알아볼 내 촉수가 한없이 무뎌진 건지 책을 한장한장 넘기며 반성해본다.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구절을 하나 인용해본다. 읽으며 또 한번 느낀 거지만, 언제나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단지 우리가 눈감고 있을 뿐이지. 책을 덮으며 무뎌진 촉수, 다시 쫑긋 세워야겠다고 다짐해봤다.

아래 글 읽으면서 들으면 좋을 것 같아, Damien Rice의 곡 하나 올려본다.





029 크리스마스 휴전 (죽음의 땅에 울려 퍼진 기적의 캐롤)

"우리가 왜 서로 총을 쏴야 한단 말인가?"

1914년 12월 24일,
그날도 눈이 내렸다.
일명, 'No man's land'
오직 죽음만이 있는 땅...
참호 속은 여전히 춥고 축축했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고요한 밤...거룩한 밤...
독일군 참호 속에서 들리는 노래.

"그래, 크리스마스잖아!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우리는 감동했고 환호했으며
어느새 캐롤은 합창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거짓말처럼 참호를 걸어나와
적들과 악수를 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서로 쏘아 죽인 전사자들을 위해
합동 장례식을 하고 기도를 하고,
담배를 나눠 피고 서로 이발을 해주고,
서로의 가족사진을 돌려보고,
죽음의 땅 위에서
축구를 했다.
3:2로 독일이 이겼지만
마지막 골은 오프사이드였다.

"나는 작센(Saxons)주 출신이고
당신은 앵글로 섹슨(Anglo-Saxons)인데
우리가 왜 서로 총을 쏴야 한단 말인가?"

1914년
기적같았던 크리스마스 휴전은
단 하루...

이후 4년간
1천만명의 군인이 죽거나 사라졌다.


BC 3,000년부터 1950년까지
약 1만 4,500건의 전쟁...

5,000년 인류 역사 중에서
평화기간은 단 8%...

크리스마스 휴전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