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창고

다시 듣는 '타는 목마름으로'

시린콧날 2007. 6. 17. 13:08
대학에 들어간지 얼마안돼서 3년 차이나는 동생의 국어교과서를 우연히 본적이 있었다. 거기엔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실려있었다. 순간 눈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표지를 다시 확인하곤 참 반가우면서도 놀라웠던 기억이 새삼 난다. 이념적으로 가장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교과서에 그 시가 실려 읽히고 있는 한국사회. 물론 시의 문학적 가치가 인정받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그 시를 이해하기 위해 학습해야 할 '시대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이 시가 아이들에게 줄 영향은 작지 않을것 같다.

저번 답글에서(http://www.silentsea.pe.kr/114) 선배님에게 김광석이 부른 '타는 목마름으로'를 올린다는 약속도 있었고 해서 가지고 있던 비디오 소스를 유튜브에 올렸다. 나름 영어로 'As Parched Thirst'라고 바꿔봤는데, 영 자신은 없다. (누가 욕하는 건 아닐까) 이 곡은 94년도 대학가요제에서 초대가수로 나와 부른 곡이다. My way 앨범에도 실렸다. 꽤 오래전에 그가 한 라디오방송에서 안치환과 같이 나와 뜬금없이 목놓아 '광야에서'를 부르던 기억이 난다. 늦은밤에 꽤 생뚱맞게 들릴수도 있었겠지만, 그였기에 조용히 같이 따라부를 수 있었다. 그가 부르는 '민중가요'는 앰프가 쾅쾅 울리는 데모현장의 느낌이 아니라 그저 학교 뒷골목에서 술한잔 채워놓고 듣는 선배의 노래 한자락 같다. 그래서 그 울림이 크고 깊다.

한곡 더 올려본다. 그가 부른게 확인된건 아니지만, 임종석이 불렀다고 추정되는(?) '타는 목마름으로'이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 많은 사람이 불렀지만, 그가 부른 건 조금은 생소할 듯 하여 올려봤다. 요즈음 열린우리당 뉴스 한켠에 비치는 그의 얼굴을 보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탈당했으니 이젠 대통합 뉴스가 되겠다), 그래도 전설로만 전해듣는 전대협의 임종석을 떠올린다면 이 노래도 나름의 울림을 주지 않을까 한다.




타는 목마름으로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루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